“나 원래 이렇게 천천히 걸었나?”
누군가와 함께 걸어보면 내 몸의 변화를 의외로 쉽게 발견합니다.
예전에는 나란히 걸었던 남편이나 친구가 어느 순간 자꾸 앞서갑니다.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면 마음이 급해지고, 지하철을 타려고 조금 빨리 걸었을 뿐인데 다리가 금세 피곤합니다.
그럴 때 이런 생각이 들죠.
“내 걸음이 언제부터 이렇게 느려졌지?”
단순히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라고 넘기기 전에 한 번쯤 내 몸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걷는 속도에는 하체 근력, 균형, 관절의 움직임, 심폐체력과 전반적인 건강 상태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걷는 속도까지 건강과 관계가 있을까요?
네. 보행속도는 노년기 신체 기능을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로 연구되어 왔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몇 m/s보다 느리면 건강하지 않다”처럼 숫자 하나로 나를 판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6개월 전의 나와 비교했을 때 걸음이 달라졌는가?”
내가 원래 천천히 걷는 사람인지,
최근 들어 갑자기 느려진 것인지,
걸으면서 통증 때문에 속도를 줄이는 것인지,
다리에 힘이 없어서 느려지는 것인지.
원인을 생각해 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걸음이 느려질 때 확인할 3가지
1. 허벅지와 엉덩이의 힘
한 걸음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다리를 움직이는 것뿐 아니라 몸을 안정적으로 지지하고 밀어내는 힘이 필요합니다.
특히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은 걷기, 계단 오르기, 의자에서 일어나기 같은 일상 동작에 중요합니다.
그래서 걷는 속도가 예전보다 느려졌다면 걸음 수만 늘리기 전에 하체 근력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2. 발과 발목의 힘
28편에서 이야기했던 부분입니다.
발은 매 걸음마다 바닥과 만납니다.
발목과 종아리는 몸을 앞으로 이동시키고 균형을 유지하는 과정에 관여합니다.
그래서 걷기는 허벅지만의 운동이 아닙니다.
발 → 발목 → 종아리 → 허벅지 → 엉덩이
여러 부위가 연결되어 움직입니다.
3. 균형과 자신감
이것도 중요합니다.
한 번이라도 넘어질 뻔한 경험이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보폭을 줄이고 천천히 걷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시 넘어지면 어떡하지?”
이런 불안 때문에 조심스럽게 걷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걷는 속도를 무조건 빠르게 만드는 것보다 안정적으로 걷는 능력을 먼저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10초만 내 걸음을 관찰해 볼까요?
오늘 걸을 때 스마트폰만 보지 말고 10초 동안 내 걸음에 집중해 보세요.
질문은 5개입니다.
① 보폭이 예전보다 짧아졌나요?
② 발을 끌면서 걷지는 않나요?
③ 한쪽으로 몸이 기울지는 않나요?
④ 계단이나 턱 앞에서 유난히 긴장하나요?
⑤ 10분 정도 걸었을 때 다리가 쉽게 피곤해지나요?
몇 개 해당된다고 해서 곧바로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질문의 목적은 내 몸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저는 ‘빨리 걷는 것’보다 ‘계속 걷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큰 수술을 겪고 회복하면서 제게 걷기의 의미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건강할 때는 걷는 속도나 거리를 별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일어나서 걷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몸이 약해지고 다시 움직이는 과정을 거치면서 알게 됐습니다.
내 발로 내가 원하는 곳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능력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걷기를 꾸준히 하지만 무조건 빨리 걷는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습니다.
오늘보다 내일,
올해보다 내년에도
계속 걸을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제 목표입니다.
“그럼 하루 몇 보를 걸어야 하나요?”
많이 궁금해하시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걸음 수 하나에만 매달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7천 보를 걸어도 근육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생활을 할 수 있고,
걸음 수가 적더라도 근력운동을 함께하면서 전체 활동량을 관리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숫자를 하나만 본다면
“오늘 몇 보 걸었지?”
여기에 질문 하나를 추가하세요.
“오늘 내 근육은 무엇을 했지?”
이 두 가지를 함께 보는 습관이 좋습니다.
오늘부터 ‘걷는 힘’을 위한 3가지
1. 의자에서 일어나기 10회
튼튼한 의자에 앉았다가 천천히 일어납니다.
다시 앉을 때도 쿵 떨어지지 않고 천천히 내려갑니다.
허벅지와 엉덩이를 사용하는 기본적인 생활근력 운동입니다.
처음에는 5회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2. 뒤꿈치 들기 15회
벽이나 튼튼한 의자를 잡습니다.
뒤꿈치를 천천히 올렸다가 내려옵니다.
15회 × 1~2세트 정도부터 부담 없이 시작하세요.
3. 평소보다 조금 힘차게 5분 걷기
몸 상태가 괜찮다면 평소 걷기 중 5분 정도만 조금 더 힘차게 걸어보세요.
경쟁하듯 빨리 걸을 필요는 없습니다.
말을 전혀 못 할 정도로 무리하는 것도 아닙니다.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 평소보다 조금 활기 있게 걷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5분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운동은 적어도 30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래서 시작조차 못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할 필요 없습니다.
아침 5분 걷기
의자 일어나기 10회
뒤꿈치 들기 15회
이렇게 시작하고 익숙해지면 조금씩 늘리면 됩니다.
중년 이후 운동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한 번 세게 하는 것보다 계속하는 것입니다.
갑자기 걸음이 느려졌다면 그냥 운동하면 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걸음이 서서히 달라지는 것과 갑작스럽게 달라지는 것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갑자기 한쪽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심한 어지럼증이 동반되거나,
걷는 모습이 갑자기 달라지거나,
가슴 통증이나 심한 호흡곤란이 생기거나,
반복해서 넘어지는 경우라면 단순한 노화나 근력 문제라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운동은 몸의 이상 신호를 참고 버티는 것이 아닙니다.
몸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부터 건강관리의 시작입니다.
10년 후, 누구와 어디를 걷고 싶으세요?
저는 이 질문을 참 좋아합니다.
“10년 후에도 나는 어디를 걷고 싶을까?”
여행지의 오래된 골목일 수도 있습니다.
남편과 함께 걷는 공원일 수도 있고,
손주와 가는 놀이공원일 수도 있습니다.
그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닙니다.
그곳까지 걸어갈 수 있는 몸입니다.
그래서 저는 근육을 노후의 저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돈은 은행에 저축하지만,
건강은 오늘의 움직임에 저축합니다.
마무리
예전보다 걸음이 조금 느려졌다고 해서 바로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냥 “나이가 들어서 그렇지”라고 지나치지도 마세요.
오늘 한번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내 걸음은 1년 전과 같은가?”
그리고 한 가지를 더 물어보세요.
“10년 후에도 나는 내 발로 걷고 싶은가?”
그렇다면 오늘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의자에서 10번 일어나고,
뒤꿈치를 15번 들고,
평소보다 조금 힘차게 5분 걸어보세요.
작은 숫자입니다.
하지만 이런 작은 움직임이 반복되면서 우리의 생활이 만들어집니다.
저에게 건강수명은 단순히 오래 사는 시간이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곳까지 내 발로 갈 수 있는 시간입니다.
오늘도 한 걸음부터 시작해 보세요.
LifeCare135는 135세까지 내 발로 걷는 삶을 위해 생활근력·체온·수면·영양·회복을 함께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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